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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쓸 줄 몰랐다, 하루키 신작<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한국 출간!

by 미래늘보 2023.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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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새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23년 4월 13일 일본에서 발매 됐다. 장편 <기사단장 죽이기> 이후 6년 만에 발표한 소설이다. 전자서적과 함께 동시 발행했다. 80년대 쓴 <거리와, 불확실한 벽>을 새롭게 쓴 작품이다. 발행처인 신초샤에 따르면 초판은 30만 부가 팔렸다. 한국 판권은 "문학동네"로 낙점 됐다. 출판사들 간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된 케이스. 다수 출판사 제안을 검토한 결과, 문학동네가 최고가는 아니지만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종 결론을 내렸음. 문학동네는 1Q84, 기사단장 죽이기, 일인칭단수 등을 출간했다.

가(街)는 왜 거리가 아니고 "도시"인가​

거리 "가(街)"자를 한글판에서 "도시"로 번역한게 특이하다. 이데일리를 통하면 "사방이 높은 벽에 둘러싸인 아득히 먼 수수께끼 도시를 찾아가는 이야기"라 밝힌 바 있다. 스포일러를 하고 싶지는 않으니 23년 9월 6일 책을 받아 들고 확인해 보겠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구성

600페이지가 넘는 초장편이다. 3부로 구성 돼 있다.

1부 : 1980년에 발표한 중편을 전면 다시 썼다. 주인공 '내'가 10대에 마음 둔 여성에게 들은 내용이다. 높은 벽이 있는 환상적 거리에 들어간다.

2부 : 현실로 돌아와 후쿠시마 현 작은 마을에 있는 도서관장이 된다. 이상한 체험을 한다.

일본 현지 판매와 관련한 에피소드

  • 키노쿠니야 서점 신주쿠 본점에서 카운트다운 이벤트를 실시했다. 13일 오전 0시부터 약 70명의 팬들에게 판매했다.
  • 가와사키 시 회사원은 사전에 중편을 '예습'해 '벽'이 의미하는 걸 기대 중이라며 웃었다.
  • 마루젠니혼바시 점에서 개점 전 오전 8시 반부터 가게 앞 서점 특설 매장에서 판매 했다. 20년째 하루키 팬인 한 변호사 남성은 휴가를 내고 근처 카페에서 바로 읽을 거라 했다. 아이 보육원 마중 시간까지 얼마큼 읽을지 기대하며 즐거워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인터뷰

1980년 집필한 중편 소설을 새로운 구상으로 다시 쓴 작품이다. 캐주얼 자켓을 입고 인터뷰한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이 먹으니 앞으로 몇 편이나 장편 쓸지 의문 들었습니다. 매듭짓고 싶었습니다." 했다.

1980년에 쓴 중편을 고치다

고3 여름. 17세 주인공 '나'는 한 살 아래 여고생과 교제했다. 그녀는 어느 때부터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실제 자신이 사는 곳이 그 거리 안이라 했다. '벽에 둘러싸인 거리'와 '바깥 세계'. 무라카미 독자는 낯익은 모티브다. 본작 토대인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1980년 9월 발표)은 79년 데뷔작인 <바람의 소리를 들어라>, 이듬해 <1973년의 핀볼>에 이은 작품이다. <문학계>에 발표되지만 '어중간한 형태'로 게재되었다. 85년엔 장편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시 썼다.​​

무라카미 전환기

"80년에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을 썼을 때는 제 전환기였습니다. 첫 번째 소설로 데뷔하고, <바람의 소리를~> <1973년의~>을 발표했습니다. 오에 겐자부로씨나 나카가미 켄지씨가 순수문학 주류로 여겨지는 중에 그에 대항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그땐 쓸 수 없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쓸 수 있는 것을 쓸 뿐으로, 제 머리에 있는 것을 문장으로 바꿀 능력은 없었습니다. 불완전함이라는 매력은 있었지만 어떤 이미지나 장치를 눈속임처럼 내보일 뿐이었습니다. 처음 2, 3번째 작품은 그것으로도 잘 되었지만 이윽고 제대로 된 문장력이 없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카페 사장에서 전업작가로 전향 이유

"기술적인 문장력"의 필요성을 느낀 무라카미 작가는 그 후 재즈 카페 경영을 그만두고 전업작가가 된다. 82년 장편 <양을 쫓는 모험>으로 노마 문예 신인상을 수상했다. 85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쓴 후에도 "2년 더 기다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했다.

차분히 인간 내면을 그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임한 이번 작품은 모두 3부로 구성된다. "벽의 안쪽"과 "바깥 세계"가 병렬 진행한 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동일하다. 본작의 "바깥" 이야기 질감은 "안쪽" 이야기와 다소 다르다. 2부에서 40세가 된 주인공이 그 소녀를 잊지 못해 누구와도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다. 결국 회사를 나와 도쿄에서 후쿠시마 현으로 이주한다. 작은 마을 도서관에서 일을 시작한다. 70대 중반 관장과 여자 동료, 요트 파카를 입은 소년. 눈길 끄는 사건이 일어나는 전작들과 다르게 새로운 마을에서 겪어가는 인간 드라마가 신중히 펼쳐진다.

젊은 시절과 다른 현재 작가 시점

젊었을 때는 밝고 활동적인 것에 이끌렸습니다. 스피드나 의외성, 논리 결여도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도 고령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3세대가 입체적으로 맞물려 있습니다. 여러 세대 눈으로 보고 차분하게 인간 내면을 제대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독자들 중 쓸 수 없는 것들을 마구 쓰던 젊은 시절 내달리는 방식을 좋아하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제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는 것을 썼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평가가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마음의 역병'과 역사 흐름

책 속에는 '마음의 역병'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2020년부터 3년 가까이에 이르는 집필 기간은 코로나로 장기 여행도 갈 수 없던 시기와 겹친다. "역사 흐름은 변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때까지는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세계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보였습니다. 그것이 코로나로 종식되고 포퓰리즘이니 반 글로벌리즘이 나오고 우크라이나 침공도 일어났습니다."

​불안과 도피, 세계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

"세계가 불안정해지면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벽에 둘러싸인 것 같은 좁은 세계로 도망치고 싶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 세계는 과연 좋을 걸까요, 나쁜 걸까요. 제게 있어 소설을 쓴다는 것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 경계를 벗어나 보다 깊은 곳에서 저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등장인물이나 제 자신도 이해하지 못한 채 마지막까지 썼습니다."

​70세를 넘기고 느낀 여유

최근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라디오 DJ를 시작했다. 와세다대학에서 21년에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을 개관했다. 23년 1월부터 5월까지는 미국 웰즐리 대학에서 <수면(眠り)>을 비롯한 여성이 등장하는 자신 작품을 읽는 강의를 하고 있다.

"나이 탓도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 저는 뭔가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쓰는 일 외 것은 하지 않았어요. 강연도 하지 않고 매스컴에도 나가지 않았어요. 달리고, 번역하고, 외국에서도 살아보고 문장을 한 줄 한 줄 쓰는 생활을 했어요. 하지만 70을 넘기고 여유랄까, 이 이상 문장을 빼곡히 채워도 어쩔 수 없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인간으로서 성숙함이 지닌 원숙함 또는 늙는 것과 다른점

"저는 외동아들에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상상 세계'나 '이쪽이 아닌 세계' 같은 것에 빠져들 여지는 있었어요. 이번 작품 주인공처럼 일관성을 가지고 시간을 쌓아가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아이가 없고 회사에 다니는 것도 아니어서 나이 먹는 실감을 잘 못 느껴요. 문득 '면허증 고령자 강습'과 같은 말을 들으면 난감해요."

"가끔 제가 소설을 쓰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때가 있어요. 29살 때까지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책이 팔리고 전 세계 언어로 번역이 됐어요. 정말로 신기한 일이죠. 그래서 인생의 기로와 같은 그 시기에 이쪽이 아니라 저쪽으로 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지금 이 세계'와 '이곳이 아닌 세계'는 이어져 있습니다. 다른 세계의 저는 지금도 재즈 카페 주인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 23년 9월 6일 한국에 정식 발매되면, 신간을 들고 도서관이니 까페에서 신작을 개걸스럽게 읽는 것도 삶에 있어 기쁨이 될 수 있겠다. 기사단장 이후 6년만이라 더욱 기대된다. 일독 후기를 공유할 수 있게 노력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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